흐음 어떻게 된 일일까... 챡 챡 챡 챡 어지러운 머릿속과 달리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머랭을 쳐낸 마녀가 조리대에 볼을 내려놨다.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던 새앙쥐 씨가 뾰족하게 솟았다가 부드럽게 휘어지는 머랭뿔을 보고 히히 웃으며 꼬리로 흉내를 냈다. 새앙쥐 씨는 꿀벌 아저씨에게 별사탕을 열심히 나른 보답으로 올해 처음 딴 순결한 벚꽃꿀을 한 ...
달그락. 부드럽게 안아주는 버터향과 녹은 설탕의 향기.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연주하는 작은 노래소리. 마녀는 행복한 아기 고양이의 배처럼 부푼 휘낭시에의 향을 깊게 맛보고 식힘망에 내려놓는다. 푹신한 오븐장갑을 벗어 두고 울리지 않는 도어벨을 바라본다. 멀리멀리 퍼져라. 그사람에게 닿을 때까지. 마녀는 등을 돌려 다시 오븐 안의 과자들을 살펴본다. 마녀가 움...
“으아아악!!” 첫 번째 애벌레를 시작으로 애벌레가 한 마리, 또 한 마리 끊임없이 마리안느의 코에서 기어 나왔어요.애벌레들은 마리안느의 살을 파먹고 자랐습니다. 그립던 짝의 아이들이었지만 마리안느에겐 사랑스럽지 않았습니다.그저 마리안느를 정말정말 아프게 하는 존재들이었어요. 마지막 애벌레가 기어 나와 사라질 때까지 마리안느는 혼자 고통에 몸부림쳤습니다. ...
“아얏!” 마리안느가 겨우 눈을 뜨자 앞에 커다란 벽이 서있었습니다. 벽은 마리안느에게 불호령을 내렸습니다. “눈깔을 어디 달고 다니는 거야!!!” 커다란 벽은 벽이 아니라 남자였습니다. “미안해요. 나는 눈이 하나밖에 없는데 하나뿐인 눈에 소금이 들어가서 앞을 볼 수 없었어요.” “그러면 가만히 처박혀 있을 것이지 왜 싸돌아다니고 난리야!!” 남자는 마리...
요즘 요즘 어느 요즘에 마리안느라고 하는 예쁜 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마리안느는 구름 너머까지 볼 수 있는 크고 맑은 눈과 숨어있는 도토리의 냄새도 맡을 수 있는 멋진 코를 가졌습니다. 단단한 호두도 갉아먹을 수 있는 튼튼한 앞니는 마리안느의 자랑거리지요. 햇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황금빛 곱슬머리는 천사의 날개처럼 부드럽습니다. 마리안느는 사람도 동물도 아...
비가 쏟아지네 축축함이 쏟아지네 우르릉 쿠르릉 화를 내네 벌컥벌컥 소리치네 번쩍번쩍 부라리네 휘몰아쳐 온통 적시네 다들 뭐가 그렇게 미운지 그렇게 미우면 그냥 만나지를 말지 같은 구름이랍시고 만나 서로 부딪혀 뿌려대는지
‘아. 나는 저 애를 사랑하겠구나.’ 지원이를 처음 보고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이었다. 잔잔하게 떠다니는 빛나는 먼지들과 주름도 가지 않은 새 교복들, 모아 쥔 두 손과 나무 강당의 냄새. 백 명이 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모여 제법 웅장한 찬송가 노래 소리. 종교를 믿지 않는 나는 입학미사에 집중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며 새 학교를 구경하기 바빴다. 바다의 ...
어떻게 보면 신기한 날들이다. 최근에는 뭔가 쓸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런 적은 오랜만이네. 경험한 섹스를 쓸지 다른 소설을 쓸지 쓰고 있던 소설을 쓸지 일기를 쓸지 고민 해봐도 적고 싶은 것이 없다. 착실히 도피하고 있는 건가. 눈이 무뎌지고 머리가 무뎌지고 손이 무뎌지는 것이 느껴진다. 서서히 멍청이가 되어가나. 한심한 징징이는 오늘도 하소연을 늘어놓...
입안에서 혀를 굴려본다. 위로 아래로 평소엔 움직이지 않던 방향으로 움직여 본다.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입천장을 쓸어보고 잇몸 아래 부드러운 살도 만져 본다. 어느 순간 따끔. 하고 통증이 느껴진다. 손가락을 집어넣어 아팠던 곳을 더듬어 본다. 아무 것도 만져지지 않는다. 아닌가 싶어 손을 빼내려고 할 때에 뭔가가 스치며 따끔 한다. 다시 그 자리를 더듬어 ...
차갑게 잠든 안개 냄새와 가볍게 젖은 흙냄새가 나는 새벽과 아침사이. 문이 닫힌 문방구와 분식집을 지나 언덕에 위치한 학교로 달려간다. 교문을 지키는 학생주임 선생님도 복장을 단속하는 선도부도 없는 시간. 고요한 교정을 지나 3학년 건물 세 층을 한 숨에 오른다. 속이 빈 학교는 울림통이 되고 낡은 나무계단은 건반이 된다. 복도 끝 교실이 보이면 숨을 들이...
유로파는 목성의 위성이다. 25km 이상의 두꺼운 얼음에 뒤덮여 있다. 깊이깊이 들어가면 끝이 없는 바다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깊이깊이 들어간 유로파의 바다 속 더 깊은 바다에 살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얍따또꿔 층 보다 깊은 호료챠 층보다 깊은 요로호로챠 층보다도 깊은 이름조차 없는 바다에 살고 있다. 내 취미는 음파를 멀리 멀리 쏘아 ...
이것저것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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